[이데일리 이재 기자] 진통을 거듭하던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이 결국 1년 미뤄졌다. 교육부는 내년 8월말 수능 개편과 학생부종합전형 개선, 고교교육 정상화 방안을 포함한 문재인정부의 교육개혁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능 개편 관련 브리핑에서 “수능 개편 방안에 관한 입장 차가 첨예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부총리는 “대입전형을 학생부와 수능 위주로 단순화하고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번 유예를 두고 소통의 교육부로 거듭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 정부의 교육부는 이전 정부의 ‘불통의 교육부’가 아니라 ‘소통의 교육부’로 거듭나기 위해 국민의 목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정책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수능 개편은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절대평가와 문이과·융합 등 큰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학생부에서는 기재양식이 바뀐다. 교사추천서 등 학생과 교사의 부담요소를 개선하고 사교육 유발요소도 줄인다. 논술과 특기자전형을 폐지힌다. 정시모집은 수능으로, 수시모집은 학생부종합·학생부교과전형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대학 재정지원사업인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선정 때 이같은 개선사항을 평가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새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교와 대학, 학부모, 정부가 참여하는 ‘대입정책포럼’을 9월 중순 이후 만들기로 했다. 일종의 여론수렴 기구다. 각계각층의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이를 교육부가 종합해 9월 출범할 국가교육회의 자문을 거쳐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수능 개편이 연기되면서 현 중3 학생은 2021학년도 수능을 올해(2018학년도) 수능과 동일하게 치른다. 영어와 한국사를 제외한 5과목은 상대평가를 유지한다. 내신도 변화가 없다. 수능 과목에서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던 ‘물화생지(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Ⅱ’도 수능 출제범위에 포함됐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도입된 통합사회·통합과학은 수능 과목에선 제외됐으나 내신에는 반영돼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이런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내년 2월 2021학년도 수능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해 공개하기로 했다. 31일 함께 발표하기로 했던 EBS와 수능의 연계율(현 70%)을 축소·폐지하는 것도 이때 함께 발표한다.  

이번 유예 결정의 배경에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여당의 부담감이 반영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5일 열린 의원 워크숍에 참여한 교육부에 1년 유예를 요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이번 수능 개편은 3년 예고제로 인해 박근혜정부에서 이미 시작한 것을 마무리하는 작업이었다”며 “학생부종합전형 등에 대한 검토가 없이 수능 절대평가 전환만 논의돼 국민들이 문재인정부의 교육정책을 오인할 수 있어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0일 2021학년도 수능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수능개편안을 발표했다. 수능 7과목 중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 등 4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1안과 7과목을 모두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2안이다. XML